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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깊고 푸른 품 안에 안긴 사찰, 화엄사.
그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고요한 산사의 풍경이 떠오른다.
이번 주말, 나는 그 오랜 시간의 흔적과 자연의 숨결이 깃든 화엄사를 찾았다.

 

지리산 자락에서 만난 첫 인상

전라남도 구례에 위치한 화엄사는 지리산 국립공원 초입에 자리 잡고 있다.
아침 일찍 도착한 화엄사 입구엔 이미 많은 등산객과 관광객들이 모여 있었다.
짙은 녹음이 드리워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옛 돌계단이 보인다.
그 돌계단은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사찰로 향하는 나를 인도했다.

 

화엄사의 역사, 천년을 넘는 시간의 흐름

화엄사는 신라 시대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당시 화엄종의 중심지로 삼았던 이곳은 불교의 교리뿐만 아니라
문화적, 건축학적 가치도 함께 지닌 한국의 대표 고찰 중 하나다.

특히 고려와 조선을 거쳐오면서도 여러 차례 중창을 거듭했고,
임진왜란 등 격동의 시기에도 많은 유물과 전각들이 보존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런 사찰이 있다는 건, 단순히 종교의 의미를 넘어 문화유산의 귀중함을 느끼게 한다.

국보와 보물이 살아 숨 쉬는 곳

화엄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바로 각황전이다.
이곳은 국내에 몇 안 되는 목조 건축물로, 국보 제67호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각황전 내에는 고려시대 불상인 화엄사 석등비로자나불 좌상이 함께 있어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박물관처럼 느껴졌다.

또한 사찰 곳곳엔 수많은 보물급 문화재들이 산재해 있다.
사찰이 단순한 수행 공간을 넘어, 역사의 무게와 예술의 정수를 담고 있는 공간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고요한 풍경 속에서 얻은 평온함

각황전을 지나 뒷편으로 올라가면, 바위에 새겨진 '화엄사'라는 편액이 눈에 띈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한적하고도 차분한 기운이 감돈다.
절의 중심에서 벗어난 이 조용한 공간에서 나는 한참을 머물렀다.

주변에선 새소리와 바람 소리, 그리고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만 들릴 뿐.
도시의 소란함에 익숙한 나에게 그 침묵은 오히려 위로처럼 다가왔다.
지리산의 품 안에서, 화엄사는 그렇게 나를 조용히 감싸 안아 주었다.

사찰음식과 차 한 잔의 여유

참배를 마친 뒤엔 인근 찻집에서 잠시 쉬었다.
화엄사 앞에는 소박하고 정갈한 전통 찻집과 사찰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이곳에서 마신 쑥차 한 잔은 그 어떤 커피보다도 깊고 진한 향을 남겼다.

사찰음식도 인상 깊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제철 산나물로 구성된 음식들은
몸을 정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절제된 맛 속에 자연의 순수함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지리산과 화엄사, 다시 돌아오고 싶은 길

돌아오는 길, 나는 지리산 자락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
화엄사에서의 시간은 짧았지만 그 여운은 길게 남았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를 듯한
그 조용한 돌계단, 고즈넉한 전각, 그리고 푸른 산의 향기.

화엄사는 그런 곳이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마음의 쉼터로 다시 찾고 싶은 장소.
지리산이 품은 그윽한 기운 속에서, 화엄사는 여전히 천천히 숨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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