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아름다운 글
온 저자 사람이, 인연 - 조명희
달팽이작가
2022. 7. 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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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온 저자 사람이

온 저자 사람이
다 나를 사귀려 하여도
진실로 나는 원치를 아니하오
다만 침묵을 가지고 오는 벗님만이
어서 나를 찾아 오소서
온 세상 사람이 다 나를 사랑한다 하여도
참으로 나는 원치를 아니하오
다만 침묵을 가지고 오는 님만이
어서 나를 찾아 오소서
그리하여 우리의 세계는
침묵으로 잠급시다
다만 아픈 마음만이
침묵 가운데 귀 기울이며
2. 인연

만년의 봄이 와
만가지 꽃이 피어
몇 만의 나비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 저 꽃 위에 저 나비는
미친 듯이 춤추고 있다
영겁의 때가 있고
무한의 우주가 있어
억만번 생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 나는 이곳에 서서
맑은 바람 팔 벌리어 맞으며
피인 꽃송이 떨며 입 맞추고 있다
시와 처와 생의 포옹
아아 그 무도
인연의 결주
바라문 종소리 고개 숙이며
십자가 휘장에 황홀은 하나
이 포옹 이 무도
아아 나는 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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